칠보는 금·은·동 같은 금속뿐 아니라 유리에도 입힐 수 있는 기법으로, 가루 유약을 물에 개어 금속 위에 바르고 고온에서 소성해 색과 무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저는 그중 동판을 바탕으로 한 칠보 작업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붓으로 유약을 바르는 순간은 마치 작은 캔버스에 색을 얹는 듯 섬세했고, 가마에 넣는 순간에는 어떤 색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긴장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불과 유약이 만나면서 초록빛 바탕 위에 노랑, 갈색, 붉은빛이 번져나가며 예상치 못한 무늬가 나타났습니다.
완성된 칠보 장식은 앤틱 프레임에 맞추어 손거울로 제작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공예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월 주얼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이 되었습니다. 은과 보석을 다루어온 작업에, 칠보라는 색과 불의 세계를 더해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